혈의누, 동화도의 그림자 속 연쇄살인사건을 풀어보자

 

 

<혈의 누>는 추리영화?

조선 추리 영화하면 떠오르는 영화 중에 조선 명탐정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이번 혈의 누 영화처럼 분위기가 크게 무겁지 않다. 코믹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생각보다 보기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혈의 누는 달랐다. 분위기도 진지한 편이고 마을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불편한 감정도 같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사건들이 벌어질 때, 범인이 저지리는 행위 또한 나름 잔인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불편하긴 하지만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이 영화, 어떤 영화일까?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까? (스포일러 포함.)

1808년 조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지업(종이 만들기)을 업으로 삼던 마을 동화도라는 섬이 있었다. 이 섬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조정에 바쳐야 할 종이가 수송선과 함께 전부 불타버리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수사관 원규가 동화도로 오게 된다.

수사관이 와서 사건이 풀릴 것 같았지만 뭔가 점점 엉키는 듯한 분위기이다. 화재 사건을 해결하려고 돌아다니던 원규 앞에 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원인은 알 수 없고 이유도 모른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살인사건 때문에 동요하는 마을사람들을 조사하던 원규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주민들은 이 마을에 7년 전에, 온 가족이 잡혀서 죽게 된 강 객주의 원혼이 이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빨리 사건을 풀어야 하건만 1명.. 2명.. 계속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처음에는 그냥 수사관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섬에 왔는데, 알고 보니깐 원규 자신도 이 사건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엄한 가르침 덕분에 곧은 성품을 가진 인물로 나오지만, 사실 아버지가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그 와중에 범행은 계속된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고 사건은 계속 진행되고.. 딜레마가 빠진 원규는 불안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추리 영화 특성상, 끝으로 갈수록 사건은 풀린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즈음에 다다라서 진범이 드러난다. 바로 영화 속 등장인물인 김치성의 서자이기도 한 김인권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다. 그 때문인지 바다에 나가려고만 하면 트라우마가 도져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소중한 연인이었던 소연이 섬을 탈출해서 나갈 때 자기 자신은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근데 그 연인은 죽고 만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의 거미줄을 살펴봤을 때, 강 객주의 복수를 위해서 어느 누군가가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김인권이 저지른 연인의 죽음에 대한 복수극이었다. 

근데 이게 원규와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봤더니, 원규의 아버지가 강 객주 사건의 원흉 중 하나였었다. 그런 아버지가 죽고 아들 원규는 이 섬에 들어오게 된 것. 따지고 보면 김인권이 원규를 이 섬에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대략 스토리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만,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있어서 여기까지만 적는다. 사건들이 어떻게 펼쳐지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면 한번 보기를 권한다.

 

 

조선판 쏘우 느낌이 나는 영화

범인이 목표로 했던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할 때, 뭔가 쏘우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오마주 되는 장면은 없었다. 쏘우라는 영화는 게임이라는 핑계로 일련의 기회를 주면서 잔인하게 행동한다. 근데 그 과정이 관객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공포심을 느끼게 해 준다. 이런 심리와 공포라는 점에서 이번 영화 혈의 누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혈의 누에서는 눈으로 잔인한 장면 외에도,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욕심들도 표현이 된다.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고 해야 되는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감독의 의도였다면 이 부분은 정말 잘 살린 것 같다. (조선 명탐정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추리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이기심이 발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혈의 누, 즉 비가 아닌 피가 내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 특성상 피가 비대신 내린다기보다는 피눈물이 내린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듯하다. 마치 마을 전체에 피가 뒤끓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영화의 숨은 의도까지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만약 추리 영화를 좋아하고,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봐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두 번 볼 수도 있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궁금하고 찝찝한 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