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적, 의적 <군도>가 추구하는 것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반란의 시대라는 표현은, 조선시대 한국 양반들의 쓸데없는 통치에 맞서는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홍길동전처럼 의로운 적이란 존재하는가? 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그 시대에 억압받고 있던 민중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히어로 같은 의적들이 등장한다. 그 의적들은 각종 부패와 약탈을 일삼았던 탐관오리들에게 맞서 싸운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칠종 13년 때를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탐관오리들과 양반이 일반 백성들을 엄청 괴롭혔다고 하는데, 아마 실제로 이런 의적들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조선판 어벤저스(?)인 의적무리 '군도'는 어떤 스토리일까?
구체적으로 어떤 스토리일까?
한창 탐관오리와 양반이 날뛰던 시절, 나주 대부호의 서자였던 아들 조윤이 등장한다. 그의 어머니는 화류계에서 이름난 인물이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지만, 대부호의 뒤를 이어야했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라도 필요했기 때문에 가문으로 들여오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우아하게 자란다. 근데 그 가문에는 다른 사모님도 있었다. 가문에 기생의 아들이 와서 헤집어 놓는 것이 못마땅했던 그 사모님은 각고의 노력 끝에 진짜 가문의 아들이 태어난다. 이를 보고 질투심이 발동하는 조윤. 점점 삐딱하게 자라게 된다.
가문의 아들 조서인은 잘자랐고 장가도 가게 되어, 아이도 잉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서인은 도적떼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가문의 자리를 꿰차려고 했던 조윤. 근데 아이를 잉태한 조서인의 아내가 신경 쓰인다. 그래서 마을에 조용히 살고 있는 백정 돌무치에게 대신 죽일 것을 의뢰하게 된다. 돌무치는 밤늦게 몰래 조서인의 아내를 죽이러 가지만, 죽이지 못한다. 심지어 도망치게 한다. 덕분에 화가 난 조윤은, 백정 돌무치의 가족을 모두 불살라서 죽게 만든다.
이에 화가난 백정 돌무치는 조윤을 찾아가 복수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의적 '군도'의 눈에 띄어서 의적무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름을 '도치'로 계명하게 된다. 그리고 행동대장이 되어서 의적으로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한편, 조윤은 탐관오리의 제대로 된 부패를 보여주고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땅을 담보로 쌀을 빌려주는 방식이었는데, 요즘 말로 하면 사체업자가 할법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쌀을 주고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한 뒤에 제대로 쌀을 갚지 못하면 땅을 모두 회수하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의적 군도는 조윤을 집 밖으로 유인하고 본진을 쳐서 백성들에게 빼앗았던 땅을 다시 돌려주기 위한 전략을 택하게 된다. 전략은 성공하고 조윤이 백성들에게 빼앗은 재산을 돌려주는가 싶었지만, 정작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던 조윤을 제거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다. (너무 싸움을 잘함.) 그리고 군도의 대표도 조윤의 손에 죽게 된다.
그리고 숨어있던 군도의 마을이 들키게 되어 조윤에 의해 학살당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하지만 목숨이 질겼던 도치는, 그런 조윤을 향해 복수의 칼을 빼들고, 대나무 숲에서 최종 결전을 치러서 결국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군도의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안타까운 민란의 역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
이 영화에는 픽션이 많이 섞여있다. 영화의 배경이 실제 힘들었던 때이고, 도치라는 인물도 '백범일지'에도 어느 정도 표현이 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거의 마지막에 도치가 기관총을 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백범일지에도 실제 기록되어 있음) 근데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재미, 오락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재구성한 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게 무슨 장르일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무협 영화 같기도 하고, 액션 영화인 것 같기도 하고 역사 영화인 것 같기도 하고..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섞여서 구성되어 있어서 장르를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이런저런 장르가 짬뽕된 한 편의 재미있는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어쨌든 그때 당시의 부패에 찌들었던 시대를 대변하는 영화임은 분명한 것 같다. 마치 간접적으로 그 당시의 시대적 악행을 저지해 줌으로 해서 상상 속에서라도 복수해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시대가 낳은 악마, 조윤
물론 조윤이 여기서 굉장히 나쁜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영화 자체를 보니까 좀 남자가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꽃뱀스러운 부분도 등장한다. (그래서 강동원을 캐스팅한 건가?)
그렇지만 만약 아버지의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아버지가 내세우는 가문의 욕심이 조윤에게 향했다면 과연 이렇게 삐뚤게 자랐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내가 자란 가정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은 과거에 대한 많은 아픔들을 빼버리고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의식 중에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부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내가 조윤을 바라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로 봐도 좋지만, 이런 시대적 배경, 유교 사상, 가부장적 사회, 장남의 역할 등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조금 더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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