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찝찝한 영화, 살인의 추억

 

 

일상 속 도심과 살인의 추억

나는 서울의 강남이나 용산 같은 곳에서 살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의 바로 뒤에는 산이 있고, 주변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서있다. 이곳에서 살면서 가끔은, '여기서 과거에 살인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런 나의 상상은 괜스레 더욱 커졌던 것 같다.

2003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6년도에 벌어졌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는데, 왜 이 배우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 때 당시에 말도 많고 화성시 거리에 공포를 가져다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결말도 그렇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너가 범인이냐? (제발 맞다고 해라.. 끝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1986년이면.. 우리나라가 아직 크게 성장하기 전이다. 그 때 당시에 한국에는 과학적 수사를 하기에는 기술력이 많이 부족했다. 지원도 부족했고. 그래서 어떤 증거물에 대한 검사를 하려면 다른 나라에 증거 자료 협조 요청을 했었어야 했다. 범인은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사건을 일으키고 나서도 증거를 깔끔하게 인멸을 하니, 잡을 방도는 없고 형사들은 답답하고.. 이런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형사들의 편을 드는 것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을 잡으라고 상부에서는 압박하고..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은 있고.. 근데 증거는 없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서 실제 없는 가짜 증거들을 만들어내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내세우는 등의 이상한 짓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무튼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화성시의 연쇄 사건은 지금도 우리들의 기억 속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제 잡히는 거야? 막연함의 두려움

이 사건 당시에 참여된 경찰 인원은 무려 205만 명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찾지 못했던 이유는 범인에게 일정한 어떤 패턴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때는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 전이어서 DNA 등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미국 같은 나라로 파일을 보내야만 했었기에 사건의 진척도는 지지부진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는데 경찰은 2019년 9월 19일에 용의자를 발표하게 된다. 이미 좋지 않은 행위를 벌이고 부산 교도소에 수감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범인이 밝혀진 것으로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으나, 최근에서야 드러난 결과에 새삼 허탈하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의 과학기술이 있다면 금방 잡았을 텐데.. 이미 지났지만 씁쓸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는 어디까지 표현되었나?

이 영화는 1986년도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그린다. 사건의 진척도가 별로 없는 형사들의 일상이 나타나고 있다.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으면 아니고, 또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듯하면 아니 고의 연속된 장면을 보는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빨리 범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괜히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영화 속에서 형사들의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환경이 참 열악하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서 거짓 증거들을 찍어내고 어떻게든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형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짜증과 짠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결국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범인은 잡지 못한 상태 그대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송강호가 2003년도에 다시 사건 현장을 찾았을 때, 어떤 학생을 마주치는데 그 학생은 송강호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여기서 뭐 하세요?'

송강호는 예전에 여기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왔다고 하자, 학생은 '얼마 전에 자신이 저지른 일이 생각나서 왔던 사람이 또 있었어요'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송강호의 얼굴이 카메라에 크게 잡히면서 영화는 마무리되는, 참.. 기분 나쁜 열린 결말인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정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된 영화

지금 보면 영화 속 소재였던 이 사건의 전말은 밝혀졌지만, 이 '살인의 추억' 영화가 나왔던 당시에는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던 터라 찝찝함은 더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열린 결말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된 거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그때, 실제 범인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그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와 같은 무서운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요즘에는 과학기술이 정말 좋아져서 이런 사건이 생기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과거의 아픔은 여전하기에, 더욱 아련함이 남는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