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게 된 이야기
이 영화의 주인공은, 페덱스라는 택배회사의 직원이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무인도에 표류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감독이 만들었고, 내가 정말 존경하는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우리의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굉장히 바쁜 사람이다. 본인이 해야 할 일 때문에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그의 인생. 사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았던 그. 데이트를 하려고 했지만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하게 되고 비행기에 오르는데 그때는 몰랐다. 혼자만의 외로운 투쟁이 시작될 줄은..
고립된 시간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척 놀랜드가 탔던 비행기는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화물 비행기다. 그가 탔던 비행기는 운행 도중에 폭풍을 만나고 결국 추락한다.
바다에 빠지게 된 비행기. 그리고 생존 본능 때문일까? 구명보트를 찾은 척 놀랜드는 그 위에 올라타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파도에 휩쓸리며 어떤 섬에 정착하게 된다.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섬에는 아무도 없다. 섬 주변을 탐사해도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고, 그의 외로운 투쟁이 시작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추락한 비행기에서 떠내려온 화물들이 있었다. 각종 소포들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신발, 배구공, 피겨 스케이팅 신발, 드레스 등등 구조가 올 때까지는 살아야 했기에 본격적인 무인도 생활이 시작된다.
그물을 만들고 작살을 만들고 해안가에서 사냥을 한다. 근데 불이 없네? 라이터도 없었던 그는 불을 지피기 위해 나무도 비벼보고, 공간을 만들어서 산소도 확보해 보고 등등 별에 별짓을 다한다. 근데 잘 안됨.. 심지어 나뭇가지에 손도 긁힘.. 결국 화가 난 척 놀랜드는 피 묻은 손으로 옆에 있던 배구공을 집어다가 던지고 사자후를 외친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불을 붙이는 척 놀랜드. 근데 던졌던 배구공이 나를 쳐다보고 있네?
결국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하고 본격적인 무인도 생활이 시작된다.
구조가 올 줄 알았건만.. 구조는 4년 동안 오지 않았고 결국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극한의 생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4년 동안 무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온갖 생존 스킬들이 다 나온다. 이빨을 닦지 못하니 이빨이 썩기도 하고, 그것을 빼내기 위해서 피겨 스케이팅의 날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냥실력도 업그레이드되어 바닷속 물고기도 잘 잡게 된다. 완전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척 놀랜드가 생존하는 장면들을 보여줄 때에는 배경음악들도 잘 안 나온다. 근데 이 부분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괜찮았다. 불을 지피거나 물고기를 사냥하거나 할 때 어떤 음악들이 나왔다면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졌을 것 같다. 음악도 안 나오고 그냥 한 남자의 생존을 그린 장면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뭘까?
내가 만약 척 놀랜드처럼 무인도에 불시착을 했다면 무엇을 했을까?
주변에 같이 떨어진 사람은 없는지부터 살펴봤을 것 같다. 그리고 SOS라고 커다란 글자를 바닥에 새기고 구조를 기다렸을 것 같다.
그러다가 구조가 안 오면? 나도 척 놀랜드처럼 게잡고 물고기 잡고 불 피우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동안 살았던 나의 환경, 생각, 관념 등에 대해서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 같다.
나름 열심히 살았건만.. 결국 여기서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근데 그 생각은 점점 사라지지 않았을까. 살기 바빠서 어느 순간 그 하루하루에 익숙해질 것이고 수염은 깎지를 못하니 덥수룩해질 것이고.. 생각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생각하는 나날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즉, 진정한 삶의 의미는 뭘까 같은 생각은 들지도 않을 것 같다. 살기 바쁘니까.
사실 삶이 너무 힘들다라고 느끼는 때를 들여다보는 시기가 언제인가 보면, 내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그런 생각들이 몰려온다. 혼자서 멍 때리는 시간이 많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침대에 누워있을 때, 무기력감이 든다. 그리고 그 무기력감은 더 큰 무기력감으로 확장된다. 이런 경험 있지 않은가?
다르게 얘기하면 몸은 편한데 마음은 점점 불편해지는 이 아이러니. 근데 몸은 편하니까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근데 마음은 계속 불편하다. 불편한 것을 알면서도 그냥 하기 싫다.
이 증상이 계속되면 우울증이 되고 자신감은 점점 더 하락한다. 나는 내가 더 싫어지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금은 뭐라도 하면서 보내고 있기에 저런 무기력감은 없다. 근데 언제든지 저런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있기에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 캐스트 어웨이의 척 놀랜드가 살기 위해서 매일 부지런하게 움직였던 것처럼 말이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그냥 계속 움직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캐스트 어웨이는 단순히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영화가 아니라 나 자신의 행동, 생각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주는 영화인 것 같다. 2000년도에 개봉했지만 지금 봐도 괜찮은 영화다. 영화에 대한 재미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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