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진짜 왕은 누구일까?
이 영화는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캐스팅 한 것이 정말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이 영화 포스팅에도 나와있듯이 '모두가 꿈꿔온 또 한명의 왕이 있었다' 라는 표현 그대로, 동일 인물이 2인역을 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 속 광해라는 왕을 연기한 이병헌은 1인 2역을 충실하게 해냈다. 분명 배우는 하나인데 진짜 왕 광해와, 가짜 왕 광해의 성격이 달라서 정말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연기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괜찮았다. 보통 한국의 사극 영화라고 하면 슬픈 역사들이 많아서 뭔가 열린 결말이거나 끝이 좋지 않게 끝날 줄 알았는데, 이 영화 속 결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잔잔한 여운도 남았다.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표현된 광해 라는 왕. 그는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일까?
진짜같은 가짜 왕의 이야기
이 영화는 조선의 왕 광해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역사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왕위를 둘러싼 권력 싸움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 자신의 목습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불안함, 두려움에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광해)을 대신해서 꼭두각시 노릇을 할 인물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에 허균은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광대 '하선'을 발견한다. 이 인물은 왕과 생김새도 똑같고 말재주도 좋았다. 그런 그가 왕의 대역으로 왕궁으로 끌려오게 된다.
그리고 진짜 왕의 명령으로 인해 왕의 대역을 실천하게 된다. 왕의 대역을 맞겨놓고 진짜 왕은 놀러다니다가 어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가짜 왕 노릇을 하고 있던 하선은 허균의 제안으로 인해 쓰러진 왕을 대신해서 왕의 대역을 할 것을 명한다. 그리고 정말 왕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행동이 예사롭지가 않다.
실제 광해보다 더 광해같은 광대의 이야기, 한국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다.
울림을 주는 (가짜) 광해의 목소리
진짜 왕이 앓아 눕는 동안 가짜 왕 하선은 점점 왕의 역할극에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민심에 의한 정치를 조금씩 펼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마음이 이끌리는 내시와 허균, 그리고 호위 무사.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아니면 그릇의 크기가 다른 것인가? 진짜와 가짜라는 표현이 모호해지는 우리의 광해군. 그가 펼치는 외교나 대동법(조선 후기의 조세 제도. 각 지방의 특산물을 공물로 바치는 대신 미곡이나 작물 등을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정책)은 오히려 실제 왕보다 낫다.
실제 역사에서도 살펴보면, 영화 속 가짜 광해의 이미지가 실제 광해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있다. 감독의 의도인 것 같은데, 가짜 왕이 이러한 업적들을 실행하는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한번 더 각인을 시킨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났는데, 가짜 왕이 펼친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신들이 통촉하여 달라면서, 못하겠다면 자신을 밟으라는 말에 진짜 밟는 모습은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이 찡했던 것 같다.
(유튜브)숏커트 - 대신들의 등을 밟고 지나가는 광해
영화의 마지막 대사 속 의미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광해는 땅을 가진 이들에게만 조세를 부과하고 제 백성을 살리려 명과 맞선 단 하나의 조선의 왕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지만, 이런 사실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광해를 표현했다면 아마 재미없었을 것 같다.
같은 얼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광해라는 왕을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했는데, 오히려 이 부분으로 인해서 광해라는 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속 '가짜 왕'이 펼쳤던 정치들, 즉 중립 외교나 대동법에 대한 내용은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너무나 좋은 소재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나도 이 영화 덕분에 광해의 업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케팅 관점으로 생각해봤을 때,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정말 좋은 콘텐츠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의 평점은 굉장히 높다. 무려 9.26 이다. 마케팅적인 부분이나 스토리, 광해의 업적 등을 봤을 때 되게 괜찮은 영화인 것임은 틀림이 없어보인다. 혹시나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보길 바란다. 다시 봐도 재미있는 한국의 사극 영화는, 이 영화뿐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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