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을 조금 비틀어서 표현한 영화, 방자전
춘향전이라는 소설을 아는가? 원래는 춘향가라는 판소리가 원본인데, 한국의 고전 연애소설을 담고 있다. 양반의 아들 이몽룡과 은퇴했던 기생 성춘향의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이다.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리고 있어서,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것 같다.
이번 영화 방자전은, 이 춘향전을 좀 다른 방식으로 각색해서 만든 영화이다. 이몽룡과 춘향이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이몽룡의 종이었던 방자와도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그린다.
이몽룡을 따라서 청풍각에 들어간 방자. 그는 기생 춘향에게 한눈에 반한다. 이몽룡 또한 춘향에게 빠진다. 전체적인 로맨스의 흐름은 변하지 않는데 소설 속 주인공을 비틀어서 표현한 느낌이었다. 어떤 이야기일까?
방자전 스토리
이몽룡과 종이었던 방자는 청풍각에 놀러 온다. 거기서 둘은 기생 춘향에게 반한다. 근데 여기서 등장하는 춘향은 순수한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두 남자를 유혹하는 식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근데 출세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춘향은 이몽룡에게 시집가기 위한 작전을 짜게 된다. 근데 아까 방자도 춘향에게 반했다고 하지 않는가? 나름 몸짓 발짓해가며 춘향에게 자신을 어필한다. 그걸 보고 있었던 이몽룡은, 어차피 종이 하는 짓이니 그냥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춘향을 너무나 갖고 싶었던 방자는, 연예 고수 마영감(배우 오달수)에게 찾아가서 연애 기술을 전수받는다. 그리고 춘향이를 유혹한다. 거기에 넘어가는 듯했으나 결국 자신을 위해서 이몽룡을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남자의 본능은 다 똑같은 것이어서 그런가.. 춘향이 너무 갖고 싶었던 방자는 몰래 춘향의 집에 들어가서 거사를 치르고, 다음날은 이몽룡과 거사를 치른다. 그리고 현대말로 하면 이몽룡과 방자와의 약혼서 2개를 작성한다. (양다리 제대로 걸침) 그리고 방자와 약혼하겠다고 한 서약서를 이몽룡이 보게 된다. 이에 화난 이몽룡은 종이었던 방자를 버리고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떠난다. 혼자 남게 된 방자는 기방의 일을 하면서 춘향과 사랑을 키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신분 계급도 높아진 이몽룡이 다시 청풍각에 등장한다. 그리고 춘향과 짜고 쳐서 이몽룡은 자신의 계급을 더 높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춘향과 결혼하려고 했다. 하지만 춘향은 방자를 더 사랑했다. 이에 화가 났던 이몽룡은 폭포가 있는 계곡에서 춘향을 밀어버린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방자는 춘향을 구하지만 머리를 다친 탓인지 치매(?)에 걸린다. 이몽룡도 믿지 못하게 되자 방자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춘향을 데리고 도망간다. 그리고 소설 이야기를 잘 쓴다는 작가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제목을 '춘향전'이라고 붙여달라고 한다.
그래서 춘향전이 등장했다~~ 뭐 이런 스토리이다.
여우 같은 인물로 등장하는 춘향..
영화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춘향이라는 사람의 여우짓도 볼만했다. 남자의 본능적인 마음을 가지고 노는듯한 그 유혹의 몸짓은, 이 영화를 보는 남자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기에도 충분했다. 19세 이상의 관람가 영화인만큼 거사를 치르는 장면들도 나오기 때문에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실제 존재하는 춘향전이라는 소설을 보면, 춘향은 나름 순수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춘향은 여우로 등장한다. 즉 이몽룡과 방자를 둘 다 어장 속에 넣는 인물로 나온다. 이 부분 때문에 춘향문화선양회라는 곳에서는 이 영화를 썩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상영 중지하라고 까지 했다고 함..)
배우 '조여정'만 할 수 있었던 연기
이 영화를 찍기 전에 감독은 자신의 신체를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구하려고 했다. 근데 수위가 높다 보니 그런 배우를 찾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조여정이라는 배우가 춘향의 역할이 마음에 들어 단번에 캐스팅에 응했다고 한다. 영화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운동이나 먹는 것도 엄청나게 관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김대우 감독의 카메라 연출 능력도 믿었기에 과감하게 자신의 신체를 보여줄 수 있었고, 자신이 봐도 결과가 만족스러웠다고 인터뷰했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이지만, 김대우는 조여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인간중독이라는 영화에 조여정을 다시 출연시키기도 했었다.
어쩌면 창피할 수도 있는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조여정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를 볼 때에도 이러한 배우들이 있기 때문에 영화가 더 제대로 빛나는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연기를 보여줬는지 궁금하다면,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번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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