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느낌과 깊은 여운을 남겨준 영화 왕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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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남자 포스터

 

슬픔과 비극이 공존했던 영화

얼마전에 연산군이 나왔던 영화 간신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다.

간신은 폭군 연산군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연산군이 나온다. 조선의 코미디언들이었던 광대들과 연산군이 만들어낸 이야기. 어떤 이야기일까? 

이 영화의 감독은 이준익이다. 예전에 왕의 남자 영화를 찍기 위해서 배우를 캐스팅 할 때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공갈'을 누가 연기할지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을 봤는데, 이준기가 눈에 띄었고 캐스팅을 확정하게 되었다.

영화 중간에 왕을 웃기지 못하면 죽게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 애드립으로 공갈이 물구나무를 서면서 다리를 벌리는 장면이 있다. 사실 이 장면은 이준기가 대본을 보고 오디션에서 선보였었다고 한다. 감독은 이 물구나무가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실제 이 영화를 보더라도, 왜 공갈이라는 캐릭터를 이준기에게 맞겼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여성같은 느낌이 드는 남자 느낌이 들어야 하며 연기력, 매력, 표현력이 좋아야 했는데 캐스팅을 정말 잘 한 것 같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평점도 높은 이 영화, 어떤 영화일까? 


여자보다 더 이뻤던 남자 이야기

장생(배우 감우성)과 공길(배우 이준기)는 조선의 코미디언들이다. 그들은 풍자극, 줄타기가 특기였다. 남자인데도 외모가 여자같이 이뻤던 공갈은, 양반들 앞에서 광대 연기를 하다가 일종의 성상납을 하는식으로 밥을 벌어먹었다. 공갈과 같이 오랜시간 함께해왔던 장생은 이런 생활을 견디기 어려워서 같은 동료를 헤치고 도망친다.

한양으로 도망친 그들은 여기서 큰 판을 벌려서 돈을 벌겠다는 목표가 있다. 한양의 저잣거리에서는 이미 다른 광대들의 판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거기에 장생과 공갈이 난입하여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그리고 기존 광대들이었던 육갑, 칠득, 팔복과 친분을 맺게된다.

그리고 왕을 풍자한 광대극을 벌이면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데, 결국 왕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환관 김처선에게 잡혀서 의금부로 끌려가 매질을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재치를 발휘한 장생은, 왕을 웃기면 살려달라면서 김처선에게 왕이 보는 앞에서 광대극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김처선은 수락하는 대신에 왕을 웃기지 못하면 진짜로 죽인다고 하며 제안을 받아들인다.

실제 왕 앞에서 왕을 풍자한 광대극을 펼치게 되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제대로 광대극을 펼치지 못한다. 그리고 왕도 웃지를 않는다. 죽겠구나 싶었던 그 때.. 순간적인 애드립을 발휘한 장생과 공갈 덕분에 왕을 웃길 수 있었다. 그리고 왕은 자신이 원할 때마다 광대극을 즐길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과 함께 이 광대들에게 궁내에 거처를 마련하게 해준다.

정말 큰 판에서 놀게된 장생, 공갈, 육갑, 칠득, 팔복. 하지만 그들을 시기하는 신하들도 존재했다. 천한 광대가 궁에 있는 것 자체가 싫었던 신하들은 연산군에게 항소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부분이 스트레스였던 연산군에게 환관 김처선이 제안을 하게 된다. 신하들 앞에서 광대 놀이를 보여주어서 기세를 꺾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받아들인 장생은 전국의 광대를 모아 큰 판을 벌일 준비를 한다.

큰 판을 벌이고, 신하들의 기를 꺾게 되었고 계속 궁에 머물게 된 광대들. 근데 왕은 점점 공갈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개인의 처소로 공갈을 들이게 되면서 장생의 불편함이 시작되는데.. 이 이후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살펴보길 바란다.

 

뭘 어떻게 표현해도 비극일 것 같은..
왕의 눈에 든 공길

김강우가 아닌 정진영이 맡은 연산군

나는 간신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 연산군의 광기를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이런 배우는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진영의 연산군 연기도 정말 볼만했다. 그중에서 광대들의 판을 보고 처음 웃었던 장면과 마지막에 허무함을 느끼며 광대판을 보는 그 표정.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연산군을 누가 연기를 하느냐가 아니라 연산군이 어떤 기분일까?를 먼저 고민하는 배우라면 그 어느 배우라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연산군의 바로 옆에서 연산군을 구워 삶았던 장녹수를 연기한 강성연 배우도 괜찮았다. 역사에서도 살펴보면 장녹수는 뭔가 굉장히 재수없고 치밀하고 여우같은 이미지일 것 같은데 그에 맞게 잘 표현한 것 같았다.

 

 

깊은 여운이 남는 비극적인 결말

사실 연산군이라는 왕의 끝이 좋지도 않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장생과 공길의 끝도 좋지 않았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눈을 잃은 장생과 공길의 마지막 외줄타기장면이 생각이 난다. 둘다 외줄타기를 하다가 점프를 하면서 화면이 멈추고 클로즈업되면서 색상이 바뀌는 이 장면은, 분명 멈춰있는 사진인데도 계속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던 그 둘의 우정은 여운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연산군과 장녹수의 체념한 듯한 그 표정.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감독은 어떤 애정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동성애를 보여주는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산군이 공길에게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동성애라기 보다는 애정결핍에 대한 감정이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공길에게 키스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사랑하는 느낌이 아니라 결핍된 사람의 애정표현처럼 느껴졌다. 실제 연산군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애정결핍이 심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장생과 공길의 관계도 조금 물음표가 생긴다. 그들은 친구인가? 동료인가? 아니면 서로 알게모르게 사랑했던 관계인가? 뭔가 애매한 그런 느낌이 좀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근데 그러한 불편함이 오히려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해준 것 같아서 괜히 더 찝찝했다. (감독의 의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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