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버지의 최선이었을까? 슬퍼할 사, 생각할 도.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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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 포스터


시작부터 잘못 길러진 아들, 사도(본명 이선)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편이다. 물론 어렸을 때 혼나기도 했지만 덕분에 많이 배우기도 했었다.

이번에 "사도"라는 영화를 통해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어떤 느낀 점들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이전에 역린이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리뷰를 작성했었다. 역린의 주인공 정조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앞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도 (본명 이선)는 늦둥이 아들이다. 세자책봉에 목말라 있었던 영조가 늦은 나이 41살에 낳은 아기였다. 얼마나 소중했을까? 보통 아이가 자라면서 가능성이 보일 때 세자책봉을 하지만, 본인의 나이도 있고 너무나 소중했던 이선의 나이가 한 살이 되던 해에 바로 세자책봉 선언을 해버린다.

근데.. 진짜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어떤 스토리인가?

영화가 시작될 때 사도세자는 분노에 휩싸여 칼을 휘두르며 아버지 영조가 있는곳으로 간다. 그리고 '수구를 통해 윗 대궐로 가리라', '내 기어이 칼을 차고 아무리 나 하고 말 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이 영화는 그냥 우리가 예상한대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게 아니라 먼저 결말부터 보여준다.

사도세자가 왜 뒤주에 갇혔는지가 먼저 나온다. 앞서 이야기한 아들의 분노를 본 영빈 이씨(엄마)는 아버지 영조에게 가서 앞서 있었던 일을 고한다. 그동안 참아왔던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이선)를 불러서 추궁한다.

여기서 완전히 틀어져버린 둘의 관계.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에게 자결하라 명령한다. 이에 악에 받쳐서 자결하려고 하지만 주변의 신하들이 막는다. 이미 아들을 죽일 마음이었던 영조는, 쌀을 담는 뒤주에 넣은 뒤 못을 박는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앞 이야기가 시작된다.

 

슬퍼할 사, 생각할 도. 그래서 사도세자
슬퍼할 사, 생각할 도. 그래서 사도



어릴적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기 위해 나름 노력했던 이선. 근데 아버지 영조는 너무나 엄격한 사람이었다. 다정한 말로 표현하고 타이르는 대신 완벽을 요구하면서 지나치게 공부하기를 권한다. 지금의 정치상황과 왕가의 숙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윽박지르고 구박하기만 한다.

나이가 들게 된 이선은 대리청정을 맡는데 이 순간부터 아버지와의 관계의 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이선이 무슨 말, 어떤 행동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영조는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까지 아들을 망신시킨다. 점점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 이선은 정신병이 생기기까지 한다.

실제 일기처럼 기록된 <한중록> 에는 사도세자가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의대증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보기 위한 옷을 입기 위해 살갗에 옷이 닿을 때마다 옷을 입히려던 궁녀를 죽였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그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했던 이선. 그리고 아버지와의 갈등.

결국 임오화변이 발생하여 아버지의 손에 죽게 된다. 전세계 역사를 통틀어서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또 있을까?

 

뒤주에 갖히는 사도세자
뒤주에 갖히는 이선(사도세자)

만약 아기 때가 아니라 조금씩 커가는 것을 보고 세자책봉을 했더라면?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는, 사실 트라우마가 있었다.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형을 죽인 살인자이고(경종), 노론이라는 정치당이 만든 임금이라는 트라우마였다. 그런 그가 왕으로써 살아남기 위한 숱한 노력들. 기록에 의하면 같은 자리에 앉아서 15시간 이상을 살인적인 정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만큼 문신에 많은 힘을 들였다.

이런 시간들을 들이다 보니 예민하고 까칠하고 깐깐한 성격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태어난 사도세자. 근데 41살에 아들인 사도세자가 태어났고 너무나 소중했던 아들을 세자책봉한 뒤에 동궁으로 맡기게 된다. (사실 어린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품속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야 하는데 동궁에서 자라게 된다.)

근데 이 동궁에는, 영조를 싫어하는 궁녀들이 많이 있었다. 바로 경종의 궁녀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에서 자란 사도세자. 동궁의 보모들은 영조와 이선을 이간질시키고 또 무술을 시키는 등 영조가 원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키우게 된다. (실제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 씨의 기록, 한중록에 보면 이 동궁 전에 간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라고 실제로 적혀있다.)

참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픈 역사인 것 같다. 만약 동궁전이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의 손에서 컸더라면 사도세자는 이런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영조는, 임금으로써는 멋졌지만 아버지로서는 멋지지 않았다고.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기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 부모님을 생각해 봤을 때,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했던 행동들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조의 트라우마를 아들을 통해서 투영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역사인 것 같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고 실제 기록된 역사이지만, 영화 속의 영조는 어떤 모습이고 사도세자는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궁금하다면 불편하더라도 이 영화를 한번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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