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역에서 사는 사람의 눈으로 본 영화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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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포스터

 

남한산성 입구역 1번 출구에서 바로 보이는 남한산성

작년 6월 말에 나는 남한산성역 부근으로 이사를 왔다. 그 때 당시에 내가 처한 상황과 현실적인 부분들, 대출 등을 고려했을 때 남한산성 부근이 최적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는 동네였다. 처음에 이 동네에 오고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남한산성이 가까워서, 내가 좋아하는 산을 자주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실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 남한산성이 있는 곳에 15분이면 도착하고, 버스를 한번만 타면 30분안에 남한산성에 도착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부근에 역사 유적지가 있다는 것에서 묘하게 안심이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정말 한국에 사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사를 왔고 한국 영화를 보던중에 '남한산성'이 눈에 띄어서 한번 보게 되었다. 사실, 한국 역사 영화중에 이런 좋지 않았던 역사를 담은 영화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결말이 안좋을 것을 알았지만 한번 봤다.

청나라에게 항복하기 까지 47일을 담은 역사 영화, 남한산성을 한번 들여다보려고 한다.

옳은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남한산성은 어떤 스토리?

조선의 왕 인조 14년 때의 일이다. 조선을 침략한 청의 대군은 도성을 점령했고, 강화도 피난길은 막혀서 인조 왕과 백성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그리고 항복과 더불어서 소현 세자를 청나라로 보내라는 청의 요구에서 척화파와 주화파가 대립하는 장면들을 기점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척화파는 청나라에게 항복하지 말자가 주된 주장이었고, 주화파는 항복하고 일단 살자. 가 주장이었다. 여기서 척화파의 메시지를 강하게 외치는 인물로 김상헌 (배우 김윤석)과 주화파의 대표 인물 최명길 (배우 이병헌)이 등장하는데, 인조 앞에서 논쟁을 펼치는 장면들이 인상깊었다. 

결론적으로는 병자호란을 계기로 왕은 삼전도의 굴욕을 겪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과연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둘의 논쟁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앞에서 결정을 못내리는 왕 인조를 보면서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실 어느 한쪽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으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 왕, 힘이 없는 왕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기서 인조 왕은 배우 박해일이 맡았는데.. 뭔가 캐스팅을 정말 잘한 것 같았다. (이 영화 감독의 말로는, 왕으로 박해일을 캐스팅 하기 위해 2번의 거절을 겪고 데려왔다고 한다.)

아무튼 나름의 팔랑귀(?)를 가진 인조 왕을 두고 논쟁을 한 두 인물 김상헌과 최명길. 나는 이 둘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만약 인조 왕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었을까? 오갈때는 없고 비벼볼때도 없는 이 불안한 상황, 그리고 왕으로써 백성을 보살펴야 하는 상황.

아무리 그래도 나는 조선의 왕인데 비굴해지기 싫은 그 위엄. 이왕이면 청나라의 군대를 물리치는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힘이 안된다면? 나같아도 인조처럼 갈팡질팡하며 행동하지 않았을까?

영화 속 최명길
최명길의 굳은 의지


최명길의 시점에서 바라본 남한산성의 상황

나는 개인적으로 김상헌 보다는 최명길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사실 두 인물 모두 나라를 생각하는 그 진심은 동일했으나 접근 방법이 달랐다.  조선을 위한 신념이냐, 아니면 살기 위한 투쟁이냐의 관점인데, 나는 후자쪽이 마음이 아프더라도 더 와닿았다. 이거는 내 성격적인 부분과도 관련 있는데, 나는 약간 이 주화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쟁에서 이러한 대사들이 나온다.

최명길: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김상헌: 한나라의 왕이 오랑캐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

마치 흑과 백의 싸움 같은 느낌이다. 최명길 입장이 되어봤을 때, 어찌되었든 살아야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차라리 치욕을 견디자 라는 그의 판단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옳다고 생각한다. 신념이고 나발이고 일단 사람은 죽으면 끝나니까. 죽으면,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만 백성을 책임져야 하는 왕의 입장에서 치욕이 중요할까? 신념이 중요할까? 나같으면 치욕을 겪고 일단 사는쪽을 택했던게 정말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치욕 속 삼전도 굴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세상에서 살고 있게 되었으니,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만약 그런 굴욕과 치욕 없이 조선이 멸망하기라도 했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비효과) 새삼 이런 역사적 아픔에 대해 느낄 수 있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에 감사하다.

 

수어사 이시백 장군
쓰진 않았지만 기억나는 그이름 이시백

남한산성 영화에서 배울 수 있는 점

이전에 '프리 가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AI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도 느껴진 부분들이 있다. 이 느낀점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변화'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더 큰 변화들을 불러온다.

AI가 도입되고 세탁기, 냉장고, 스마트폰 등에 AI기술들이 들어가게 된 지금의 세상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최명길이 주장했던 '청에게 항복하자' 라는 말은, 내 생각에는 '변화를 받아들이자'로 들리기도 한다.

내 신념대로 살면 좋으나, 세상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서 나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기분좋게 끝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픈 역사가 있기에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한국 사람이라면 꼭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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