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고지전을 봤을 때의 회고록
고지전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오전에 표를 끊고 영화관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버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될 때에는 광고가 끝나고 조명이 희미해지며 기대 어린 마음이 더욱 부풀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이와 더불어서 몰입감 있는 영화를 느끼기 위한 영화관 좌석은, 내 기준으로 명당으로 예매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F열, E열을 좋아하는데 거기가 가장 몰입하기가 좋다.
여기까지의 준비가 고지전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첫 설정이었다. 장훈 감독이 만든 영화는 6.25전쟁 당시 고지전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나에게 여러모로 큰 울림을 주었는데 어떤 내용들인지 살펴보겠다.
6.25 전쟁의 참혹한 진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전쟁영화가 아니라, 과거 역사에 대한 맡고 싶지 않은 향수 같은 영화였다. 고지전은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6.25 전쟁 당시의 역사를 보여준다. 1953년 한국 전쟁 휴전협정 직전에 전략 요충지였던 애록고지를 둘러싼 중대와 인민군의 공방을 그린 영화인데, 결말이라도 깔끔했으면 모르되, 실제 역사가 그러하지 않으니 영화도 결말에 많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고, 1951년 7월부터 1953년 7월까지 휴전 협정체결을 하기 위해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2년이라는 과정 속에서 양측 모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6.25 전쟁 당시 사망자만 약 400만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협정을 하기 위한 기간 2년 동안 약 300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6.25 전쟁의 역사에서는 사실상 죽은 이가 사실상 약 100만명이다.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300만 명은 고지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20~30km의 범위를 점령하기 위해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 과연 전쟁에 나섰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마치 내가 그 전쟁 당시의 군인이 되어 있는 것만 같았고 찝찝함과 아쉬움, 고마움, 불쌍함 등 많은 감정들이 올라왔던 영화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방문하고 왔던 느낌이랄까. 실제 그 당시의 상황은 어땠을까. 전쟁이 끝나고 얼마나 허무했을까. 마음이 아팠다.
실제 같은 전쟁 장면
이 영화를 맡은 장훈 감독의 말에 따르면, "고지전"에서의 전쟁 장면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움직인 게 아니라 일부러 한대를 고정시켜 놓고 사람들만 움직이는 장면들을 넣었다고 한다. 실제 얼마 안 되는 거리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총소리나 CG 기술, 피가 튀는 장면 등의 효과, 실제 같은 장면을 위한 영화 촬영술의 장면들은 영화에 집중하기에 충분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마치 내가 그 시대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즉, 역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줬다.실제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는데, 그런 식으로 라도 간접체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장면, 소리들이 탄생하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전쟁은 왜 하는 걸까? 무엇이 목표였을까?
나는 과거에 6.25에 대해 공부할 때, 서로 이기고 지고 하다가 협정을 맺고 전쟁이 휴전됐다.라고만 알고 있었다. 근데 이번 고지전 영화를 통해서 6.25 전쟁의 참담하고 허무했던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앞서 설명했지만, 2년간 20~30km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고지전 영화 속에는 인민군 중대장과 신하균 사이에 이런 대사도 나온다.
신하균: 싸우는 이유가 도대체 뭔데?
인민군 중대장: 내래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었어. 근데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어.
2년간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전쟁을 했으니, 이제는 전쟁 자체가 그냥 일상이 되어버린 그 순간들. 영화에서는 공동구역 JSA처럼 남한군과 북한군이 조심스럽게 교류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뭔가 짠하면서도 안타까웠다. 내가 여기서 느낀 것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다 같은 사람이구나. 전쟁 속에서 서로 적군이지만 느꼈던 부분은 비슷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남한군의 참전 용사는, 1953년 7월 27일 22시에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을 당시를 회고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갑자기 들리던 총소리가 일제 멈췄다.
그리고 적군이었던 중국군 한 명이 그 고지에서 나에게 술을 한잔 따라주었다.
그리고 말은 안 통했지만 포옹해 주더라.
결국 사람 사는 것, 느끼는 것 모두 사실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나를 반성하게 해 준 영화
영화이긴 했지만 올바른 역사를 알게 해준 이 영화에게 감사하고 싶다. 군대에서 아침 조회를 할 때 묵념을 하는데,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묵념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400만 명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건데 말이다. 분단의 현실은 마음 아프고 속상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마음속으로 진정으로 묵념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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